뜻밖의 만남

Hwang's Family 2017. 5. 26. 00:37

1. 어느 주일 오후에...


사람의 성향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신앙적인 면에서 어떤 종류의 '영적 각인'을 경험하면 대개의 경우 그 경험과 역사가 한 사람 고유의 신앙의 색깔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공동체적 삶'은 일종의 '각인'과 같은 것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그리고 결혼과 아이들의 출생, 일생의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순간에 저는 삶을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요? 원래의 영적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좌절된 이후, 한국에서 다시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제게는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연고지 없는 양평에 오게 된 것도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공간이 허락된 삶, 삶과 삶이 겹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습니다. '왜?'라고 물어본다면 딱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마음속 어딘가에는 이러한 작지만 삶이 함께 공명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동경과 욕구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일단 부딪혀보자!', 의외로 제 안에 어딘가에는 이런 용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수 많은 멋진 말보다 작은 말 하나라도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보고자 양평에 내려와서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이상을 꿈꾸는 아빠와 남편의 뜻에 아내와 아이들은 함께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저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지혜롭기 때문에 지속적인 조언과 따끔한 충고를 언제나 잊지 않고 있습니다. 


몇주 전 어느 주일 오후, 독일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줄 곧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가지 생각이 그날도 계속 맴돌았습니다.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공동체가 시작되기 위해서 누군가는 맨땅에 헤딩하는 돈키호테의 정신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함께 고민하고 꿈을 나눠갈 팀원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집을 나서서 잠시 강가 산책을 하기 위해 읍내로 나섰습니다. 그 날은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작은 골목길을 지나 강변을 좀 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밤에는 수많은 유흥주점과 노래방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건물 뒷 길이지만 낮에는 적막한,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작은 골목을 지났습니다. 


   




처음 만나보는 장소였습니다. 평소 지역사회와 어떻게 하면 접촉점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에 '인문학 강좌'를 하는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인줄 몰랐으나 가만히 들여다 보니 교회이더군요. 조금 전 예배를 마쳤는지 안에서 몇분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모기장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뜻밖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2년여 이 자리에서 옷가게를 하시다가 1년전에 교회를 시작한 사역자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창립1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습니다. 너무도 사람이 고픈 나머지 저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었죠. 그리고 4시간여의 대화 마지막에 사모님께서 저에게 '창립1주년 기념으로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셨습니다. 이후로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여러 흥미로운 부분에서 함께 만나게 되었고 또 배우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교인은 비록 10명이 채 되지 않지만(그 중 4명은 우리가족) 주중에 독서모임이나 다른 시민단체 모임을 통해서 비기독교인이신 지역주민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화요일 저녁 어느 인문학 세미나에는 서울 서쪽에서 이 모임을 위해 전철을 타고 오는 대학생과 '종교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언론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목요일 아침 일찍에는 출근하기 전 지역출신 분이 강의하는 '훈민정음' 강의를 들어도 봅니다. 꽤 많은 분들이 부지런히 이 교회로 모이시더군요. 물론 이분들도 교인들은 아니십니다. 그리고 저녁즈음 술이 취한 한 아저씨께서 수줍은 미소를 하시며 교회 안으로 슬쩍 들어오십니다. 예전에 교회를 좀 다녔는데 요즘 일요일에는 일을 나가느라 교회에 못 온다고 평일에도 예배가 있느냐고 물어오십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에는 '삼계탕' 1인분을 포장해서 약주를 걸치신 채로 또 방문하셨다 합니다. 


내년 3월을 목표로 현재  '양평자유학교'라는 12학년 과정의 대안학교가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미 1800여평의 대지를 준비해 놓고 다음달 부터 공사에 들어갑니다. 이 학교 운영모임에 초대해 주셔서 이제 배워가면서 발걸음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이 교회 사모님은 원래 손재주가 좋으셔서 주중에 다양한 모임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전통공예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http://www.popl.co.kr/mshop/?m=123). 평소 관심이 많았던 아내가 함께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음주말이면 이화동에 새롭게 가게가 오픈 될 예정입니다. 


지난 몇주간 양평에서 생긴 갑작스런 변화들?입니다.

마치 벽에 박혀있는 콘센트에 전기선을 꼽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진실하게 고민하고 실천해가는 좋은 분들과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 섬기기를 원합니다. 

작은 공동체여서 아직 아이들은 분위기를 낯설어 합니다.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한번 함께 해 보고 그래도 어렵다면

또래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줄 생각입니다. 기도 부탁이기도 합니다. 


2. 비() 양평의 삶


1달 전에는 독일 목회자들 초청으로 목사님들 몇분들과 함께 체코와 독일을 방문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로 적어 두었습니다. 단순한 종교개혁 답사가 아니라 '종교개혁의 현재적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선배 목사님, 교수님들과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기도 합니다. 까마득한 후배를 끼워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http://joshuais.tistory.com/35


명동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소가 좀 정리 되었고 '한국 교회'를 고민하고 연구할 작은 모임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만나면 즐겁고 좋은 동역자들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먼곳이지만 양평에도 찾아와주는 귀한 손님들이 계시지요



가끔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있다보면 이런 미인도 만나게 됩니다



틈틈히? 공부도 하고 있답니다. 사실 엉덩이 바싹 붙이고 책을 봐야하는데 말이죠 공부는 밤마다 올빼미 족이 되어서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글쓰는 연습하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내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정리되어 가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었고 설레임과 꿈을 가지고 그에 따른 에너지가 생겨나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3. 비() 한국의 삶


한국에 남게 되면서 제가 섬겨야 할 작은 부분 중의 하나는 유럽의 공동체들과 왕래하며 오고갈수 잇는 기착지(landing site)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미 몇몇 분이 영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https://www.facebook.com/ehadjourney/?fref=ts


또 제가 오랜 시간 함께 했었던 Wildstep과 World Horizons에서 이번 가을부터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젊은 친구들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선교를 배우고 타문화를 경험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와 비슷한 자유영혼?이 되실수도? ^^

https://www.facebook.com/wildsteponthemove/?fref=nf&pnref=story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이 말만 많아졌네요~


더 많은 주저리를 듣고 싶으시다면 월: 광나루, 화수목: 명동, 금토주: 양평 중 아무데나 오셔요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눕시다 쫌! ^^


생각나실 때마다 기도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 수아의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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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shu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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