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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16 젊은 목사의 '동네서점' 유랑기
  2. 2016.07.25 감자꽃이 피다
  3. 2016.07.16 오스기니스 "소명"
  4. 2016.07.15 "너만의 길을 떠나라"
  5. 2016.07.12 공부를 시작하다 2

젊은 목사의 동네서점유랑기

 

황인성

 

양평에 동네서점을 고민하면서 동네서점에 대한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최근 들어 여러 서점들을 탐방하고 있다.

서점을 책을 배우는 모순?이라고나 할까?

특별히 아이들과 부모들이 볼 수 있는 책에 관심이 있어서

다양한 동네책방이 들어서고 있는 상수동 쪽 보다는 나름의 소신을 갖고 운영해 가는 그림책 위주의 동네서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많은 곳을 돌아보고 또 도서관을 겸업하는 교회들도 탐방하고 있으나 그중 그림책 위주의 동네서점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몇가지 정보를 나누고자 한다.

자 일단 최근의 동네서점을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https://www.funnyplan.com)와그림책 지도(http://www.picturebook.or.kr/notice/?mod=document&uid=103)를 즐겨찾기에 넣어두시고 그럼 출발!

 

1) 산책하는 고래(https://blog.naver.com/whalestory3)

지금 서점이 있는 양평은 원래 주거용으로 부부가 사용하려고 준비한 집이고 두 부부의 출판사인 '고래이야기'는 서울에 있었다.

그러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출판사를 양평 집으로 옮기게 되면서 1층을 고래이야기에 출판하는 책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선별해서 판매하게 되었고

1층의 작은 방을 꾸며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북스테이' 공간으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도서출판 고래이야기에서는 사회적경제, 인권, 가치 등 아이들 인성교육에 필요한 좋은 동화책들을 번역하고 제작하는 그림책 출판인데

아이들에게 모든 책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내용과 그림 묘사가 훌륭하다.

잠시 주인 부부와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자녀들은 혁신초등학교로 처음 붐을 일으켰던 근처에 있는 조현 초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용문에서도 약간은 외진 이곳에서 동네서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겠으나 출판사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구조이기에 책 판매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주인 아저씨의 이야기도 마치 내 서재를 늘려간다는 느낌으로 누군가가 그 책을 사면 좋은 일이고 아니어도 본인의 책 권수가 늘어나는 것이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셨다.

물론 상업공간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그럼에도 주인이 운영하는데 최대한 부담이 덜 가도록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티와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책 사이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스릴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여러가지 우리의 상황을 함께 나눴더니 마치 본인의 일인 것처럼 함께 기뻐해주고 격려해 주시면서

양평 시내에서도 이런 건강한 책방들이 생겨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오셨다고 하시면서 새롭게 만나 이웃들을 환대해 주셨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은 여자 사장님의 솔직한 조언을 계속 곱씹게 된다.

 

"처음부터 순수한 의도만 가지고 책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도서관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사람들 스스로도 책을 조금 덜 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규모라도 상업공간으로의 인식을 먼저 심어주면 서로가 조금씩 더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이렇게 어느정도 세팅한 후에 협동 조합이라던지 마을공모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공동으로 운영이 되다 보면 오히려 다양한 이슈를 만나게 되서 추진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주인분의 뼈저린 인생 경험담을 듣는 듯 했다.

그리고 실제로 책 판매나 음료 판매로 나오는 수익보다 산책하는 고래의 경우 '북스테이'를 통해서 얻는 수익이 더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우리가 놀러간 그날도 강남에서 한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하룻밤을 묵으며 여유롭게 원하는 책을 보고 쉬러 오셨다고 하신다.

아내가 한마디 한다.

 '여보 나 당신이랑 부부 싸움하면 여기로 올거야 찾지마',

…. 이렇게 장소를 다 알려주면 이건 찾으라는거야? 말라는거야?

 

 

2) 원주 이담(https://blog.naver.com/wonju_edam)

원주는 교육혁신도시로 지정이 되어서 다양한 테마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책 관계자들이 추천한 곳이어서 왔는데 처음에는 장소가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이다보니 공설운동장 복합 건물이 있는 곳에 조금은 생뚱 맞게 1층의 한 공간을 도서관으로 개조한 모양이다.

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장소나 인적자원에 있어서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원주에서 구성한 연구자문단들이 선정하여 자료집을 만들었도 책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담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공간의 재미를 줌으로써 아이들이 단순히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놓고 그 주제에 맞게 책들을 구별해 놓았는데 책 구성에 있어서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구성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들도 함께 구비되어 있었다.

장점일 수 있겠으나 단점으로 본다면 그 주제에 대해 너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전문성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인상도 받았다. 마치 인터넷 서점에서 그 '키워드'를 검색해서 괜찮은 책들을 대량 구매한 느낌이라고 할까?

대부분의 책들이 익숙한 소위 '노출된 책'들 위주였는데 구성한 사람들이 고민한 흔적이 더 뭍어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주말 아침이어서 그랬겠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공설운동장 공연장 뒷 편에 너무 숨어져 있어서 그런가?

 

3) 지브라(https://blog.naver.com/zebra_books)

양평에 있는 동네서점을 찾다 보니 위에서 소개한 산책하는 고래 외에 근처에 있는 블루마운팀 서점이 있는데

지금은 주인분이 아프셔서 운영을 안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곳을 검색하다가 문호리에 있는 '지브라'와 중고책방인 '더좋은 문호리 서점'을 알게 되었다.

'문호리'는 양평에서 꽤 많이 알려진 전원 주택지이고 최근에는 '문호리버마켓'이 많이 알려지고 있어서 여러가지 장소적 이점을 갖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주말이어서 지브라만 가보게 되었는데 위치는 문호리버마켓에서 맞은편 작은 길로 들어서 조금만 올라가면 예쁘게 생긴 집과 연결된 전면유리로 된 예쁜 서점이 나온다.

좁은 길로 들어서서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꽤 깊게 들어와서 사람들이 잘 찾아올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살짝 되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서점에 들어서니 약간은 수줍어하는 책방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서점의 특징은 판매하는 책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구별해 놓았다는 것이다.

우리도 책방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고민은 '서점'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면 '목표지향적인' 한국사람들이 특별한 목적이 없이는 잘 들리지 않게 되거나

서점에 오더라도 교보문고와 같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오랜 시간 동안 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 볼 수 있도록 열어두면 막상 판매해야 하는 책의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다니!! 판매하는 책은 구입하고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책장도 못 넘기게 하는 야박한 곳은 아니다.

이곳의 젊은 사장님은 책방을 연지 이제 3달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북스테이도 함께 겸업으로 하고 있는데 서점 바로 뒷집이 본인과 부모님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라고 했다. 양평으로 내려온지는 이제 2년차....

그러니까 본인의 집 앞 마당에 서점을 차린 셈이 되겠다. 이곳에서도 사장님의 다양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운영하는 사람은 본인 한사람이지만 사업신고를 할 때는 책방, 간이휴게소, 숙박업 세가지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평 중에서도 교통이 약간 불편하다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도매로 가져갔다가 재고분량을 쉽게 돌려주는 시스템이 안되고 개인소비자처럼 책을 매입하고 반환이 안되는 시스템이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최근 들어서 동네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이 생기는 만큼 폐업도 많은 초기정착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잘 준비해서 창업할 수 있는 설명회는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지브라 사장님도 여러군데 창업설명회를 참석했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하나씩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있어서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새내기 사장님께서 자신의 노하우와 구체적인 생생정보를 나눠주시니 감사할 수 밖에….

양평 시내쪽에 서점이 시작되면 양평 안에 있는 동네서점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정보들을 나누고 서로 홍보해주는 엽서나 소식지를 만들자고 겁없이 제안하고 길을 나섰다.

 

 

4) 레티티아(Laetitia) 책세계관 연구소(https://m.cafe.naver.com/throughpicturebook)

지난 2월 아주 반가운 소식 하나를 들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문학세계관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선생님들이 드디어! 공덕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집 아이들도 6년전 즈음에 토요일마다 열렸던 어문세프로그램에 참여했었고,

그때 주제가 용서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나이에 맞게 이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엄선해서 같이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아이들에게는 무척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 선생님에게 지금 일하고 계신 큰 출판사 기획실 일도 좋지만 조금 더 의미있고 본인의 재능을 잘 살릴 수 있는 사업으로 창업하는 것이 어떠냐고?’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었고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조금은 갑작스럽게? 창업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 찾아갔을 때는 아직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라 책 정리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주제별로 오랜시간동안 연구하고 모아 놓은 많은 그림책들과 결과물들을 볼 수 있었다.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각 연령별로 해당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선정하고 같이 읽어가면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에게는 깊은 사고의 과정을 요구하며 어린 아이들에게는 독서의 즐거움과 글쓰기 훈련을,

어른들에게는 본인 뿐만 아니라 양육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함께 책을 읽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필요시에는 교회나 기관에 직접 방문해서 몇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위탁교육도 하신다고 한다.

요즘 독서지도사를 검색해 보면 수십개의 단체에서 다양한 자신들의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데 다른건 몰라도 레티티아 인증독서지도사?’는 한번 도전해볼만 할 것 같다.

물론 레티티아에서 이런 과정을 시작해야 가능한 것이긴 하겠지만^^

조만간에 양평 식구들 몇 명과 관심자들을 모아서 어떻게 아이들 책 읽기를 지도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모임을 레티티아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양평 동네서점에 주제별 책 선정에 도움을 주실 레티티아 박현경선생님에게도 미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5)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http://grimbook.net/)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양평 이웃에게서 전화가 온다.

좋은 그림책 책방에 놀라가지 않겠냐고, 흔쾌히 오케이 했지만 책방이 있는 곳은 금산’, 집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그림책 서점을 배운다는 마음에 기꺼이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차로 달려가 그리고 시내에서도 약간 더 들어간 곳에 마치 민속촌처럼 마을로 자리잡고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윽 그런데 서점에 입장료가 왠말이냐…. 몇 천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이웃집 가족들과 우리집 가족이 총동원 되어서 입장했다.

특별히 아이들과 함께 온 이유는 한번 아이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은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고 느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올해 중학생이 된 첫째아이는 조금 지루해 했고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마치 제집인양 알아서 흩어져서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는 사실!

영성수도원, 레스스쿨 대안학교, 그림책 도서관 등이 주요 건물이었고 실제로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지구별그림책 도서관이었다.

한쪽 공간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고 다른 한 공간은 서점의 개념으로 책을 직접 사서보는 곳인데, 여기서의 특징은 대부분이 판매되는 책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고 견본으로 다시 책을 한 권씩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판매되는 책은 품질을 유지하고 내용은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으나 그만큼 서점 입장에서는 재고가 늘어가는 부담감도 안게 된다. 중간중간에 책을 담은 이동 수레에 책을 진열하고 있었는데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때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책을 선별해서 진열해 놓고 있었다.

 

 

그 옆에는 분리된 공간으로 음료와 다양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먹은 점심메뉴는 매우 훌륭했다.

풍기 알리오 올리오맛에 빠져 며칠 후 결국 집에서 시도해봤지만 실패, 역시 무엇이든지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식당 한 켠에는 요즘 돈 많은 도서관에서 많이 하는 한쪽 벽면을 높이 책장으로 만들어 책들을 꽂아놓은 인테리어가 인상깊다.

굳이 인테리어라고 말한 것은 위쪽의 책을 빼 올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쪽에도 꽤 많은 최신 도서들이 꼽혀 있었는데 그저 눈으로 바라만 봐야 하다니

2-3만원 하는 벽돌이 치장되어 있는 셈이다. 역시나 이 도서관은 돈이 많은거야…,

잘 안보는 책들을 기증받아서 인테리어측면에서 꾸미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일 수 있으나 실제로 이것을 도서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싶다.

코엑스에서도, 파주 헤이리에서도 느꼈던 피드백이다. 지하에는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공간이 있고 책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느낌은 다소 방치되어 있는 듯 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첫번째 방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으나 막상 공간에 비해 볼 수 있는 책의 종류가 조금은 부족해 보였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미국에서 수입해온 듯한 스쿨버스 도서관이 있었고 (역시 몇 권의 책만 나열되어 있었다는 아쉬움이.…)

천주교 수도원에서 볼 수 있는 래비린스(Chartress Labyrinth)가 있었다.

마치 중심에 금방 다다를 것 같지만 다시 중심에서 멀어지고 그렇지만 조용히 계속 그 길을 걷다 보면 결국 중심에 다다르는 수도사들의 미로 묵상길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로 더 어울리는듯 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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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shuais
,

감자꽃이 피다

Book 2016. 7. 25. 01:33



들어가며…


   늦은 저녁시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책상에 홀로 앉아 한국일 교수님이 전해 주신 ‘감자꽃이 피다’를 펼쳐본다. 그리고 이내 박 목사님의 인생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읽기를 마치고 다음 날 아침 약속으로 향하는 전철에서도 박목사님의 메모 글을 읽게 되었다. 


   문득 어제 묵상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기드온과 그와 함께 한 자 삼백 명이 요단 강에 이르러 건너고 비록 피곤하나 추격하며 그가 숙곳 사람들에게 이르되 나를 따르는 백성이 피곤하니 청하건대 그들에게 떡덩이를 주라 나는 미디안의 왕들인 세바와 살문나의 뒤를 추격하고 있노라 하니 숙곳의 방백들이 이르되 세바와 살문나의 손이 지금 네 손 안에 있다는거냐 어찌 우리가 네 군대에게 떡을 주겠느냐 하는지라”(삿8:6)


   기드온이 미디안과 전쟁 중에 숙곳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곳의 장로들이 기드온과 그의 군사들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모습이다. 이유인즉, 기드온의 군대가 아직 미디안의 동맹군을 완전히 물리치지 못하였다는 것과 만약 일이 잘못되어서 나중에 미디안 동맹군들이 알게 된다면 후환이 두려워서 자신의 동족에게도 야박하게 구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 이야기의 종말은 전쟁에서 승리한 기드온의 징계로 결말을 맺게 된다. 철저한 계산과 이해관계 속에서 행동했던 공동체 지도자들과 소위 ‘이성적 판단’으로 인해 결국 어려운 상황에 놓인 동포를 등지게 되는 아이러니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1. 복음의 본질을 고민하다


   “북한 퍼주기는 빼기가 아니다”(p16)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죽어가는 주위의 형제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것이며, 치밀한 계산에 의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강남군을 지나면서 내 눈에 깡마른 예수님이 들어왔다….1980년 총회 사회부 광주 전남 지역 목회자 사회 선교 훈련 중 현장 경험을 위해 태백시….이후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항상 생각하게 되었다”(p143)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월드비전에서 북한 사역을 하시기까지 박 목사님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하나님께서 이미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시고자 박 목사님의 인생을 준비시켜 오셨다는 생각이 든다. ‘선교’를 이야기할 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복음과 사회사업의 관계를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난 이러한 논리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 복음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의 구원과 혼자만의 내세적 구원이 아닌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피조세계와 특별히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대한 회복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종’의 숨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고난 중에 있는 자들에게 다가서고 함께 서주는 것이 바로 복음의 본질일 것이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사58:6-7)


2. 함께 꿈을 꾸다


   지난 십 수 년 간 박목사님의 흥미진진한 북한 사역이야기를 들으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질문 한 가지가 있었다. 


   ‘무엇이 이토록 남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헌신을 이끌어내었는가?’


   한국의 수많은 학자들과 농업 전문가들이 기꺼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수차례의 방문을 통해 북한의 관계자들도 동일한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디서 기원하였는지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연히 굶어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단순한 일시적 구호가 아닌 식량 자립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하여 국수공장을 시작으로 감자 프로젝트, 그리고 거기에서 부터  파생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지만 이보다 더 깊은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의가 온전히 실현되는 것을 보고자 하는 심연 깊은 곳의 인간의 열망이었을 것이다. 종교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정의가 온전히 실현되고 발현되는 것을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에게 있는 흐릿한 하니님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공산주의나 독재체제를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동일하게 이 정의를 향한 열망이 결국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의와 정의는 바로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이 강조하고 계시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인 것이다. 공정한 재판과 정의가 실현되는 ‘미슈파트’와 ‘체다카’가 실현되는 나라가 바로 하나님 나라인 것이다. 


   박목사님의 외침과 설득에는 바로 이 하나님 나라의 ‘정의’가 녹아 있었다. 그리고 이 꿈을 경험한 누구나 이 꿈을 사게 되고 함게 동참하게 되는 놀라운 매력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박 목사님 또한 누군가에 의해 이 꿈을 전달받고 이 꿈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고 또 꿈을 향한 삶을 몸소 보이셨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3. 예수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사실 박목사님의 메모 글들을 보며 자세하게 그리고 여러 미묘한 관계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적어놓은 글귀들을 보며 조마조마한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 당시 박목사님이 느꼈을 감정과 갈등 그리고 기도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다. 


   “박형권 참사: 왜 민경련이 월드비전과 사업을 하게 되었는가? 실제로는 월드비전도 ‘민화협’과 상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월드비전이 해오고 있는 사업은 자선사업, 기증사업에  그치지 않고 알곡종자 100알을 주어 그것으로 알곡 100만톤의 식량을 생산해내는 개발, 기술협력사업이라고 판단해서 민경련이 상대가 되었습니다”(p251)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렵다. 특별히 내 생각에는 한국 사람들끼리도 함께 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거기에 국제본부와의 의견조율까지도 더해져야 하니 그 관계는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문득 문득 박목사님의 글 속에서 북한 연구원들을 대한 마음을 나누실 때 마다 느낄 수 있는 마음은 최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겸손하게 맞춰주고 그러나 지혜롭게 필요한 말들을 하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모습에 도전을 받았다.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고 그 희생을 담보하여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박목사님의 겸손한 삶과 다른 사람들을 높이는 자세를 통하여 북한의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 또한 그분의 겸손함에 좋은 영향을 받았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몇 해 전 동독 출신의 독일 목회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사님들이 하신 이야기 중에서 ‘남북이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경제체제를 동경하면서 고향을 떠나고 자신들의 체제를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 아직도 우리가 경제적 우위와 시혜자로서의 입장을 버리지 않는다면 통일 이후의 갈등의 골은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독일의 준더마이어 교수는 본 회퍼가 말한 ‘타자를 위한 교회’(church for others)’를 넘어서서 ‘타자와 함께 하는 교회(church with others)’로 나아가햐 한다고 역설했는데 북한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박목사님의 겸손함은 바로 이러한 ‘타자와 함께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시는 귀한 리더십의 예가 될 것이다. 


   기도하시는 박목사님 부부의 모습을 보며 북한의 가뭄을 위해 기도 부탁하는 리광수 부원장의 모습이 눈에 환히 그려진다. 열정적으로 자료들을 준비해서 가르치시는 한국의 교수님들의 진정성을 보며 북한 연구원들 또한 감동받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업무담당자로 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좇는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관계가 끊어지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사실 초보 목사로서 이제 첫발을 내딛는 나에게 박목사님 부부의 기도와 예배의 모습은 내 스스로를 부끄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순간순간의 결정 앞에서 진심으로 기도하시고 말씀 묵상을 통하여 하나님의 길을 찾으려는 진지한 모습 속에서 프로젝트 담당자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나라의 일꾼으로서의 자세를 돌아보게 되었다. 메모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 말씀과 박 목사님의 깊은 묵상의 흔적들을 보게 된다.


4. 삶은 공명된다


   1997년도에 처음으로 서울대 농생물학과와 농화학과가 합쳐져서 응용생물화학부로 통합되었고 나는 그 첫 학부생으로 대학 4년을 마쳤다. 2학년이 끝날 즈음에 농생물전공과 농화학 전공으로 나뉘게 되는데, 그 당시 몽골에서 농업선교를 사역하시던 한 선교사님의 권유로 농생물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군복무를 몽골에서 연구원으로 해볼 심산으로 선택했지만 그 당시 국회입법통과가 지연되면서 학부생으로 국제봉사단원으로 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아쉽게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공부하는 학부기간 내내 내 전공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왠지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이나 다른 기술 분야와는 달리 농업생명관련 분야는 왠지 시대에 뒤쳐지고 왠지 모를 자격지심이 들게 하는 전공이었다. 그리고 난 이러한 전공과는 무관하게 선교단체 훈련 리더로 해외사역을 감당 하다가 서른 중반이 되서야 신학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다양한 익숙한 용어들과 반가운 교수님들의 이름만으로도 내가 목회자로서 앞으로 어떠한 삶의 방향을 갖게 될지 그 방향을 가늠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하나님의 때가 되었을 때 젊은 시절 고민하고 생각했던 그리고 기도했던 많은 삶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또 다른 하나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게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박 목사님의 삶의 이야기가 이렇게 또 한명의 목회자 초년생에게 공명되고 있는 것이다. 


   “총회17년 사역을 마친 후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마운 충고를 마주하고 아내와 함께 기도했다. 결국 월드비전을 택했다. 굶주리는 북한을 위해 긴급구호를 시작하라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부르심’을 느꼈기에 하나님의 장중에 맡겼다”(p467)


   사실 개인적으로 삶의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박목사님과 사모님의 삶의 교훈은 내가 지금 바로 다른 것이 아닌 ‘하나님의 강권하심과 은혜’를 경험해야 하는 시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마치며…

   최근 들어 북한의 핵개발과 이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 조치, 사드 배치 등등 남북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직되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박 목사님과 여러 동역자들이 신중하게 오랜 시간 동안 쌓아왔던 ‘감자 프로젝트’의 진행 사항에는 큰 영향은 없는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 목사님이 후기에 쓰신 말처럼 우리가 어떠한 정치의 흐름이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일부분일 뿐이다. 온전히 정의와 공의가 회복되는 통일한국을 이루어 가시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며 오늘도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자 한민족의 일원으로 하나님이 나에게 부탁하신 복음적 사명의 삶을 감당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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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기니스 "소명"

Book 2016. 7. 16. 12:21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려 하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을 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할 수 없는 것을 꿈꾸지 않는 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플로렌스에서 젊은 시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p19


당시에는 교회가 단순히 여론의 생각과  원리를 기록한 온도계가 아니라 사회의 관습을 변혁시키는 온도 조절 장치였다.

-마틴 루터 킹, "버밍햄 감옥에서 쓴 편지"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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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길을 떠나라"

Book 2016. 7. 15. 21:54

  


"그래, 알아 나도 사람들이 하나님과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거나 하나님이 자기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했다고 하면 듣기 거북했지. 예전에 어느 목사 설교를 들었는데, 하나님이 자기 어깨를 쿡 찌르면서 세속적인 직업을 버리라고 말씀하셨다나. 마치 하나님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말해주는 것 같이 말이야. 나는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이나 비이성적인 행동을 해놓고도 그걸 정당화하느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어. '내 잘못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키셨다니까요' 하면서 말이야."(p139)

 
몇 해 전 제목만 보고 구입 했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아침 이 책을 펼쳐 보았다.

21살 미국 청년이었던 이 책의 저자는 방황했던 십대를 보내고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2년 동안 모로코에서 난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후 자신의 19살 난 친동생과 친구 2명과 함께 남아공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산악 오토바이로 여행할 계획을 세웠고 함께 실행에 옮기게 된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기도 하고 수많은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여전히 내전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서, 거기에서 느낀  솔직한 감정들과 피드백 등을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14,000킬로미터의 여행이 끝나는 카이로에서의 마지막 밤,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장소, 그 시간에 폭탄테러를 당하게 되고 작가의 동생이었던 알렉스는 19세의 나이로 죽게 된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삶의 의미'를 질문하기 위해서, 그리고 솔직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서 작가는 직접 행동에 옮겼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야성'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낯익은 모로코의 지역과 삶은 책을 읽는 내내 더욱 집중하게 되는 요소들이었다.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존 엘드리지의 야성 시리즈처럼 그리고 얼마전 우연히 보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WILD'와 같은 모험류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 삶에 도전을 준다.. 

19살, 줄리와 스티브 그리고 몇명의 다국적 지체들이 함께 떠났던 모험의 여정이 떠오른다. 키르키즈스탄에서 트럭을 개조한 차를 타고 육로로 중국을 넘어가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너무도 추워서 얼어죽을 것만 같았던 예전 실크로드의 어느 고산지대에서의 캠핑, 중국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10여시간을 기다리고 소지품 검사를 당했던 일들, 홍수로 불어난 끊어진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물에 휩쓸리며 건너가던 이층 장거리 버스...
영국인들의 모험심과 도전을 함께 경험하게 되었고 그 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이 없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모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모험은 나 뿐만 아니라 나의 2세대 들에게도 함께하자고 초청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요즘 생각했던 계획이 조금 틀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난 아이들과 세계여행을 하는 플랜B를 어느정도 구상하고 계획을 짜놓았다. '여차하면 이걸 하는거지!' 철없는 그러나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모험의 여정을 가르칠 심산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 하다. 하나님은 그리고 이러한 모험의 끝판왕이신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읽었던 체게바라 평전에서 체게바라가 딸에 하던 말이 기억이 난다. 

"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게 될 즈음에 나는 더 이상 너희들과 함게 있지 못할 게다.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고 어린 꼬마들은 이내 나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빠는 소신껏 행동했으며 내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단다. 아빠는 너희들이 훌륭한 혁명가들로 자라기를 바란다.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에 행해질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혁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외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하여 주기 바란다"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쉽지 않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이 도전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우리 삶은 수 많은 모험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모험은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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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시작하다

Book 2016. 7. 12. 01:34



켄베인의 '최고의 공부'에는 다양한 학습자 유형이 등장한다. 

피상적인 학습자, 전략적 학습자 그리고 심층적 학습자 유형이 그것이다.

아마도 한국의 상당수는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고 결과를 중시하는 전략적 학습자 유형에 속할 것이다. 


나 또한 전형적인 이과생 출신의 전략적 학습자 유형을 충실히 따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어찌나 오묘하고 놀라운 것인지...


신학에 뒤늦게 입문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글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인문학적 사고?에 대한 도전을 자주 받게 된다. 

특히 우리의 삶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신앙은 시험처럼 딱 떨어지는 결과가 아닌 '비구조적인 문제들'로 가득하다.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논문'을 쓰때 즈음이면 정말로 나의 '무지'를 처절하게 경험하곤 한다.


올해 들어 뒤늦게 철학공부를 시작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정독하면서 다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동안 공부하면서 질문했던 많은 의문의 원류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이제 공부를 시작해볼 생각이다. 

몇년 전 모새골의 임영수 목사님의 이야기 중에 자신은 신대원을 졸업하면서 평생동안 읽을 책 목록을 정해놓고 책을 읽고 연구하셨다 한다. 지금도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고 공부하노라고 말하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최근들어 인문학 아카데미가 열풍이다. 이번 복음과 상황 7월호에는 다양한 기독교 아카데미들을 소개하는 글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신앙인으로서 몇 군데 도움이 될만한 기관과 도움이 되는 링크들은 다음과 같다. 


0. 강연안 교수의 공부론

https://www.youtube.com/watch?v=EESNbrRGipo


새물결 아카데미 처음예배대 강영안 교수님이 하신 이야기인데 요즘 내가 절실히 느끼고 공감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계신다.

 

1. 복음과 상황

http://www.goscon.co.kr

 

2. 예아

http://cafe.daum.net/jeachurch


요즘 철학공부하는 곳인데 다른 해설이 아닌 저자의 주요작품을 직접 꼼꼼하게 강독하면서 문답형식으로 공부하는 모임이다. 

(책 한번 읽는데 일주일에 이틀씩 읽어도 3개월은 걸릴듯 하다)

 

3.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http://www.nics.or.kr

 

다양한 신학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정식으로 신학공부를 시작한다면 교단 신학교보다 더 빡센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아내도 이곳에서 입문과정을 수료했고

지금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게 되었다. 감사! 


4. 청어람 아카데미

http://ichungeoram.com

 

다양한 강좌와 정기모임 그리고 컨퍼런스를 통하여 새로운 교회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5. 새물결 아카데미

http://hwacademy.kr

 

최근 다양한 책들을 출판함과 동시에 깊이 있는 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6. 기독교 인문학 연구원

http://cafe.daum.net/ioch/_rec

 

7. 로고스 서원

http://www.logosschool.co.kr

 

8. 기독청년아카데미

http://www.lordyear.org

 

9. 현대기독연구원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6455251679

 

10. 연구공간 짓다

http://blog.naver.com/kimmentor

 

11. 스노우

http://www.snow.or.kr


숙명여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다양한 인문학 강의들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수고로 자막지원도 가능하다.

이 사이트를 통해서 마이클 센델의 '정의론' 강의를 다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혼란스럽고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는 사회에서 '복음'의 본질을 고민하고 또한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음데 감사하며

겸손히 배움의 자세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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